또 겨울이 왔습니다.
사람들은 행사다 모임이다 들뜬 연말 분위기에 휩쓸리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에 바빠지겠죠? 연인과 선물을 주고받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계절입니다. 나도 하늘이 맑고 공기가 시원한 초겨울 날씨를 좋아하지만 매년 추워질 때마다 걱정이 앞섭니다. 독거노인들, 결식아동들, 소년가장들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입니다. 누구는 눈이 온다고 좋아하지만 난 기온이 내려갈 수록 심난해 지는 걸 어쩔 수가 없네요. 추운 바깥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갈 곳 없는 유기견들, 길냥이들, 겨울에 태어나는 어린 생명들. 가뜩이나 불확실한 녀석들의 인생길에 추운 날씨는 또 하나의 넘어서야 할 장애물입니다. 동물들은 사람보다 추위에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온이 아주 잘 되는 외투를 입고 바깥에서 추운 겨울밤을 지새워야 한다면 그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겠죠. 고양이들이 종종 차 밑으로 들어가 데워진 엔진룸 안에 있다가 발견되기도 한다는 건 녀석들이 추위를 못 견뎌서 따뜻한 곳을 찾는다는 것일 겁니다. 따뜻한 여름에도 갈 곳 없는 녀석들의 인생이 괜찮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겨울이 올 때마다 마음이 좀 더 스산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따뜻한 방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 동네에 있는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들어와,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내 한 몸 데우기 위해 태워야 하는 기름방울들이 아깝고 아까운 밤입니다. 미안한 마음에 집에 들어올 때마다 아파트 동 앞에 있는 화단가에 들고 다니는 사료를 조금씩 뿌려놓고 들어오고는 하지만 그건 그저 내 마음 조금 편하자고 하는 가식적인 행동일 뿐이에요. 동물농장이나 환경 스페셜에 나오는 불쌍한 유기견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현실적으로 녀석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하지만 다음 날 일어나면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과 내 발등에 떨어진 불, 내 앞가림하기 바쁜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기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불러야 남도 돌아보고 주변도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고 동물들을 보살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자기 발이 얼고 배가 고파 쓰러지면서 선행을 베푸는 건 어렵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투자하는 돈, 충동구매로 산 넘쳐나는 겨울옷, 난방비, 별로 의미 없이 서랍 속에서 썩게 될 쓸모없는 크리스마스 선물들, 멀쩡한 것 버리고 산 최신형 휴대폰 등에서 한두 가지만 참고 뭔가 의미 있는 일에 쓰면 마음이 더욱 따뜻해질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기도 하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참 쓸데없는 소비와 낭비를 반복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옷장을 들여다보면 옷도 너무 많고 신발장을 들여다보면 안 신는 신발도 정말 많습니다. 사람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꼭 최신 유행하는 휴대폰을 사야하고 체면 때문에 비싼 밥을 먹고 남들 눈 때문에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들을 생각 없이 하고는 합니다. 귀에서 반짝이는 귀걸이나 여자들이 쳐다보는 스포츠카보다 더 중요한 건 훨씬 많은데 왜 우리는 그걸 일부러 망각하고 살까요? 튼튼하고 질리지 않는 겨울 코트 한두 개로 겨울을 나는 게 어려운 일일까요? 소박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진심을 보여주는 건 불가능 할까요? 줄을 서서 신형 휴대폰을 사지 않으면 난 왕따가 될까요? 꼭 난방을 후끈후끈하게 올려놓고 집에서 반팔에 반바지로 지내야 할까요? 내일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오늘도 사료와 마른 멸치를 아파트 앞에 한줌 뿌려두고 들어왔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추위를 못 이기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녀석들이 있을 것 같아 심난하기 그지없는 밤입니다. 내일 아침에 나가면서 엄마가 찌개 끓이실 때 국물 우려낸 멸치 몇 마리 들고 나가서 동네 어귀에 뿌려주면 분명 기쁘게 먹을 녀석들이 있을 겁니다.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 뒤진다고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아주 잠깐 머물다 가는 미약한 생명들이니 서로 돕고 사랑하다가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김현성 Please, Please Me Photography & Interview by Kim Hyeon seong Styling by Park SeJun Makeup by Lee Hyeyoung (Aveda) Hair by DaReum(Kowon) Tattoo Artwork by Novo I'm Not a Good Boy Photography by Kim Hyeonseong Styling by Park Hera Makeup by Lee SukKyung Hair by Kim GuiAe NEW GIRL IN TOWN STILL PUM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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