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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 editor's letter

12/8/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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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 안의 봉달이

상수동에 있는 건물 신축 공사장의 현장 소장님이 검은 비닐 봉지 안에 넣어져 묶인채로 버려진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소장님은 또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보다 하고 발로 툭 찼다가 꿈틀거려서 깜짝 놀라셨다네요. 봉지를 풀어보니 까만 새끼 고양이가 나왔고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 도망갔다고 합니다. 안타까웠지만 사라진 고양이를 찾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3일 후, 공사장 인부 분들이 지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고 나와 어머니, 아내가 출동 했습니다. 고양이는 추웠는지 지하로 내려와서 목공으로 쳐놓은 벽 뒷 쪽으로 들어가 있었고 우리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구석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서럽게 울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3일 이상 굶었을 고양이는 캔사료를 따자마자 냄새를 맡았는지 작은 구멍 안으로 집어넣은 캔으로 다가와 정신없이 사료를 먹었고 아내는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잡아서 구멍 밖으로 꺼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놀랐는지 발버둥을 치다가 다시 구멍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우리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되겠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한 번에 확실히 잡았어야 했는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는 잘 아는 캣맘 한 분과 포획틀을 가지고 가서 설치했지만 고양이가 너무 가벼워서 다시 한 번 고양이를 잡는 데 실패 했습니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전, 이번에는 고양이의 언어가 나오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고양이 말 “사랑해”를 반복해서 들려줬고 고양이는 그 소리에 화답하며 벽 밖으로 나와 어머니의 품에 안겼습니다. 고양이를 못 잡을까봐 노심초사했던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고 차가운 공사장 지하에서 배고프고 외로워 울던 새끼 고양이는 따뜻한 어머니 집에서 몸을 녹일 수 있게 됐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봉달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양이를 봉지에 넣어 묶어서 버렸을까요? 그 사람이 정말 밉고 원망스럽지만 봉달이는 그래도 씩씩하게 적응 중입니다. 벌써 어머니가 키우고 계시는 다른 고양이들 자리를 차지하고 천방지축 집안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잘 키우려고 합니다. 그래도 봉달이가 우리에게 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뭉치, 유부와도 잘 지내야 할텐데 말이죠.

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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