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이 배포는 핑계
이번 호 오보이의 특집은 친환경 탈 것에 관한 얘기입니다. 자동차의 발명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컴퓨터의 발명 이상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많이, 빠르게 변화 시켰습니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이동을 하면서 살까요? 여러분은 얼마나 멀리 움직이면서 사시나요? 이동이 비교적 단순한 편인 나는 집과 스튜디오를 빼고는 별로 가는 곳이 없습니다. 주말에는 가끔 부모님을 뵙거나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장을 보는 것 빼고는 거의 집에 있는데 집에서 스튜디오가 약 6km 정도 하니 하루에 왕복 12km, 일이 없는 날은 집에서 나가지 않고 가끔 홍대나 시내를 나가는 것까지 더해도 한 달에 400km 정도 되겠네요. 맙소사, 써놓고 보니 엄청난 거리네요. 별로 움직이지 않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거리를 움직이며 살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더 늘었습니다. 네, 오보이가 나올때마다 차에 오보이를 싣고 서울을 누비면서 이동하는 거리가 더해졌네요. 난 차를 한 대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차인데 독일 폭스바겐에서 나온 골프라는 차입니다. 2003년에 샀으니 이제 8년 정도 되었네요. 내가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 전, 디자인이 예쁜 이 차를 사서는 정말 예뻐하며 차를 탔었는데 이 녀석도 이제 나이가 많아 이곳저곳 상처도 많고 효율도 많이 떨어져 연비도 많이 안좋아 졌습니다. 사실 말썽도 많고 성능도 많이 떨어진 이 차를 아직도 타는 이유는 오보이 배포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녀석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필요가 없지만 오보이를 만들면서 팔지를 못하고 있네요. 내가 본격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건 3년 정도 되었는데 약속시간에 늦을 일도 없고 운전하느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버스나 지하철이 정말 편하더군요. 무엇보다 대중교통 이용은 환경에도 좋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문제는 바로 팔지도 않지도 못하는 ‘계륵’같은 내 차입니다. 차가 없어도 별로 불편한 것이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오보이 배포로 꼭 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민은 이 녀석의 연비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다는 거죠. 휘발유 차량인데다가 노후되어 연비가 너무 안좋은 상태여서 시내에서만 운전하면 어떤 대는 기름을 가득 넣고 300km도 안되서 급유등에 불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친환경을 외치는 내가 그런 차를 타고 다니려니 항상 찜찜하네요. 사실 이 차를 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때문인데 이젠 이 녀석을 보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내 차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계산해 보니 더 이상 이 녀석에게 미련을 가지면 안되겠더군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배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 달 차를 빌릴수도 없고 말이죠. 환경을 생각한다고 말로만 떠드는 오보이가 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데 참 어렵네요. 나의 애물단지 자동차에 대한 글은 특집기사 안에 조금 더 자세하게 써놓았습니다. 이제 비가 충분히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주에 도 비소식이 있네요. 이제 더이상 이상기후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집중폭우와 폭염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우리가 기후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독일의 한 하천전문가가 국내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가해서 이제라도 4대강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했답니다. 진실이 뭔지, 진심이 뭔지 알기가 어렵게 된 시대에 우리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행동해야 하는 수밖에 없겠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자연이 왜 자연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오지 않을까요? 김현성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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