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보신 적 있으세요?
기억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오보이를 만들면서 그동안 세 번의 도시특집을 진행 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의 베를린, 미국의 뉴욕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를 다녀 왔습니다. 오보이를 계속 봤다면 아시겠지만 매 번 도시들을 다녀 올 때마다 난 엄살을 떨며 마음고생한 일들, 좌충우돌 사고친 얘기하며 얼마나 힘들었었나 하는 것만 얘기했었죠. 파리에서 추위에 떨며 화보 촬영하고 어시스턴트 상미의 전화기를 집시들에게 도둑맞은 얘기, 독일에서 베를린에 도착하기도 전에 암스텔담에서 비행기를 놓쳐 추위에 떨며 공항에서 밤새고 다음날에야 겨우 도착하고, 35도가 넘는 찜질방처럼 더운 베를린에서 하루 종일 뙤약볕 밑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은 얘기, 뉴욕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예약했던 호텔이 잘못되어 너무나 억울하게도 그 자리에서 물지 않아도 될 돈을 물고 말도 안되게 열악한 호텔에 들어가야 했고 서울에서부터 약속한 모델 에이전시가 더 중요한 쑈 때문에 너무나 어이없게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촬영이 취소될 뻔 했다가 겨우 미국 모델을 구해서 화보를 찍었던 얘기 등등. 지금 와서 그 생각들을 하니 또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는 듯합니다. 오보이를 위한 세 번의 출장을 통해 혼자서 스텝들을 꾸려서 모든 일정을 조정하며 취재를 하고 화보를 찍는 일이 얼마나 말도 안되게 무모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이 번에는 화보 촬영 없이 조용히 다녀오기로 결심 했습니다. 그렇게 다녀온 이탈리아는 어땠냐고요? 네, 정말정말 좋았습니다. 카메라 가방 하나 들고 다녀온 이탈리아는 몸과 마음도 홀가분하고 여유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의 40%가 있고 영국극작가 사뮤엘 존슨이 세상에 태어나서 꼭 봐야할 나라라고 극찬했던 이탈리아인데 즐겁지 않기도 힘들었겠죠. 눈 돌리는 곳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과 성당, 동상과 다리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매 끼니마다 기억에 남을 맛있는 음식들이 입을 즐겁게 하는 곳. 많은 나라들이 매력적이지만 이탈리아는 정말 볼 것과 먹을 것, 체험할 곳으로 넘쳐나는 나라입니다. 다행히도 큰 일 없이 출장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특집도 마련해 볼 생각입니다. 이탈리아 최초의 수도였고 녹색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토리노, 작지만 매력적인 건물들과 문화유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루카,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말이 필요없는 역사와 예술, 낭만의 도시 피렌체.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의 10분의 1도 못 실은 게 너무 아쉬운 특집입니다. 벌써부터 다시 가고 싶은 나라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았던 걸 꼽으라면 그 건 사실 문화유산이나 예술에 관한 건 아닙니다. 이탈리아에 8일 동안 머물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피렌체 근교의 팔루포라는 친환경 주택에서 저녁에 숲 속에서 반딧불이를 봤던 순간이었고 어두운 풀숲에서 그 반짝거리는 아이들을 봤을 때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자란 난 사실 난 반딧불이를 처음 봤고 우리나라에도 반딧불이가 많이 있었지만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반딧불이가 현재는 공해로 시달리는 한국에서는 많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 졌습니다. 그 밖에도 주택 주변을 거닐다 본 이름 모를 꽃들과 풀,나무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환경을 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최소한의 것을 자연으로부터 취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들이 이탈리아에서 본 가장 좋은 것들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사냥을 위해 산 땅을 유기농 와인 공장으로 바꾼 얘기,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며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쓰레기를 최소한의 공해물질 유발로 처리하기 위해 애쓰는 공장의 얘기 등. 좋은 사진과 얘기들을 많이 담아 오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마감 중인 지금도 서울에는 비가 며칠 째 계속해서 내리고 있습니다. 벌써 예년의 장마기간에 내린 비의 4배 가까이 비가 내렸다고 하네요. 물난리 겪지 않고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자연을 괴롭히지 않고 잘 해나고 있는 걸까요? 항상 역동적이라고 표현되는 한국사회를 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빠른 변화는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좋지 않을 거라는 내 생각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계획과 너무 많은 건설들. 강을 파헤치고 똑바르게 정비하는 일도 빨리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뉴욕타임즈에서 한국인이 신경쇠약 직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기사를 봤습니다. 너무 빠르고 너무 많은 걸 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들이 본 걸까요? 천천히, 느리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나’ 보다는 ‘주변’을 돌아보고 산다면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비도 계속 내려서 밥도 못 먹었을 동네 냥이들에게 사료나 조금 주고 들어와야겠습니다. 김현성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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