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대견한 1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난 생일을 챙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날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 내 생일 챙기는 것도 남의 생일 챙겨주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내 생일날 모여서 뭐 하는 건 쑥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사람들이 좀 잊어줬으면 하는 게 내 생일입니다. 생일도 그렇거니와 기타 축하할 일이나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서 파티하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난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로 내 생일이 언제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많이들 물어보더군요, 생일이 언제냐고. 난 그럼 항상 같은 대답을 합니다. "응, 봄이야." 또 내 주변의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일을 상당히 열심히 알려주고 다니더군요. 난 그냥 못 들은 채 합니다. '좀 이상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네, 내 생각도 그렇지만 그게 잘 안 바뀌네요. 난 파리바*트 사람들이 정말 싫어할 인간입니다. 뭔가를 축하할 일이 있으면 그저 간단하게, 간소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은 보통 좀 과하게, 기분 좋게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네, 오보이! 1주년이고 많이많이 자축하고 엄청나게 축하받고 싶습니다.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뭔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축하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진심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상에 오보이!를 1년 동안 만든 게 난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요. 독자 여러분들 초대해서 큰 파티라도 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1주년 기념호 만드느라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았습니다. 물론 내 계획은 오보이!를 최소 40년 동안 만드는 거지만 그래도 오보이!의 첫 1년은 정말 나에게는 의미가 큽니다.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오보이!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됐다고 자평합니다. 오보이!의 1년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이유는 오보이!의 창간이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이 아닌 나 의외의 어떤 것을 위해 시작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보이!는 내가 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기초 작업 같은 겁니다. 오보이!가 잘되면 내가 원하고 오보이!의 독자 여러분이 원하는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여러분이 오보이!를 계속 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천입니다. 난 오늘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동물농장을 보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외면하고 망각하는 건 용감한 행동이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순간에도 길거리에서 갈 곳 없이 헤매는 강아지들과 불쌍한 동물들, 망쳐지고 있는 자연과 힘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부르스 올 마이티'의 짐 캐리처럼 전지전능한 힘을 가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오늘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가지씩 해 나가려고 합니다. 잡지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는 정말 불행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힘을 내려고 합니다. 좋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세상이지만 작은 도움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동물들이 많다는 생각으로 내 자신을 다잡으려고 합니다. 한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건 앞으로는 더 행동하는 오보이!가 되야 하겠다는 겁니다. 방송에서 유기견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뜩 내가 1년 동안 오보이!를 만든다는 핑계로 동물들과 환경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하고 미루어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여러분들과 함께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생각하겠습니다. 작은 동기로, 작은 관심으로, 작은 도움으로 이 세상은 크게 변할 수 있습니다. 오보이!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제 작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오보이!가 항상 얘기하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직은 많이 서툰 오보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 김현성 Comments are closed.
|
|